최근 저금리와 저유가 환경이 미국 은행들을 가시밭길로 몰아넣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JP모건체이스(-14.96%), 웰스파고(-14.21%), 뱅크오브아메리카(-15.01%), 씨티그룹(-19.60%)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20% 가까이 폭락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내려 ‘제로금리’시대를 다시 열자 은행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것이다. 이자율이 낮아진 만큼 대출을 통해 얻는 수익도 그만큼 감소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저금리 장기화로 실적 악화를 겪어온 은행들로서는 벼랑 끝에서 등 떠밀린 꼴이 됐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위축돼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탓에 은행들은 갑자기 거액의 현금을 제공해야 할 처지에도 내몰렸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 진단하고 미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셰일 기업이 줄도산 위기에 놓인 것도 미국 은행들에게는 악재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9.6% 내린 배럴당 2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셰일 산업이 채산성을 가지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유가는 이를 크게 밑돌고 있다.
셰일 기업의 경영난은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에게도 위기다. 북미지역 은행들이 셰일 기업 등 에너지 회사에 빌려준 자금은 1000억 달러(약 124조 원)에 달한다. 지방은행들의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대형은행인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도 전체 대출의 2.1%와 3.2%가 에너지 산업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와 저유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은행들은 현금 확보 차원에서 올해 2분기까지 자사주매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8개 은행들로 구성된 파이낸셜서비스포럼은 “전례가 없는 코로나19 위험 상황에서 미국 은행들은 고객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