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표류' 헌인마을 개발사업 본궤도 오르나

입력 2020-03-19 06:10 수정 2020-03-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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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조합 집행부 재정비…조합 주도권 갈등 끝낼지 주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11년째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조합은 사업 시행 위탁사인 헌인타운개발 주도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조합원 임시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조합장 등 집행부를 새로 선출했다.

헌인타운개발 측은 이번 총회를 “식물조합과 다름이 없었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직무대행체제 6년 4개월 만의 조합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헌인마을에선 2013년 전(前) 조합장이 사망한 후 7년 가까이 집행부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헌인타운개발 등은 집행부 공백 장기화로 사업 재개 기회를 못 찾았다고 주장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이 표류한 건 조합 내부 문제가 크다”며 “조합 내 갈등 때문에 개발 실시계획 인가에 필요한 서류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헌인마을은 2009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처음 사업을 주도한 우리강남PFV 등은 헌인마을 일대 13만2379㎡를 연립주택 216가구, 단독주택 45가구로 이뤄진 고급 주거단지로 재개발하려 했다. 강남 도심과 가까운 데다 녹지가 풍부해 시장 기대감이 높았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문제는 그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다. 시행사였던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조합장 공석까지 겹치면서 지금까지 첫 삽도 못 떴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인수해 헌인타운개발 등과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옛 조합 측과 갈등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회를 두고서도 옛 조합 측은 반발하고 있다. 직전 집행부인 김형주 조합 사업본부장은 “헌인타운개발에서 0.1㎡씩 토지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을 억지로 늘렸다”며 “이런 하자가 있는 총회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 등은 이번 총회 직전 총회를 금지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법원은 ‘사안이 복잡한 데다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에서 다투는 게 맞다’고 결론 냈다. 옛 조합 측은 곧 본안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향방은 결국 법원 손에 달리게 됐다. 법원이 총회가 적법하게 열렸다고 인정한다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헌인타운개발과 새 조합 집행부를 중심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법원이 총회가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도시개발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서초구 관계자는 “아직 총회와 관련된 내용을 정식으로 접수하지 못했다”며 “정식 접수 후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임원 등기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 전경. 박종화 기자. pbell@
▲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 전경. 박종화 기자. p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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