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입점 업체 간 불거진 ‘임대료 인하’ 논쟁이 도돌이표를 그리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입점 업체들의 요청으로 인천공항공사는 간담회를 열고 업체의 애로사항을 들었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지침 없이 임대료 인하는 없다”라는 뜻을 고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에 입점한 식음ㆍ서비스 분야 사업자, 면세 사업자와 12~13일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들 업체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간담회 참석 대상은 SPC, CJ푸드빌, 아워홈 등 식음 분야 7개, 하나은행 등 은행, SK텔레콤 등 통신사(로밍서비스),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 GS리테일 등 편의점 등 서비스 분야 18개, 롯데ㆍ신라ㆍ신세계 등 면세 사업자 7개 등 총 32개 업체다.
인천공항공사가 코로나19 이후 입점 업체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두 번째다. 첫 번째 간담회는 인천공항공사가 주도했고 입점 업체들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위생관리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번 간담회는 입점 업체들이 요구해 마련된 것으로, 간담회에서 업체들은 임대료 인하와 함께 영업 시간 조정, 영업 임시 중단 등을 인천공항공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 다른 견해 차이만 확인했을 뿐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상위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지침 없이는 임대료를 인하해줄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태도만 반복했다”라며 “2월보다 3월 매출이 더 형편없는데 2월 첫 간담회랑 3월 두 번째 간담회랑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출입국 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만 명 안팎이었으나, 지난달 말에는 이용객이 10만 명 밑으로 떨어져 반 토막 났고, 이달 한일 입국제한 조치가 시행된 9일에는 인천공항 개항 후 처음으로 2만 명 밑으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인 1만9716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난달 말 공공기관에 입점한 업체에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해주는 내용을 발표했다. 다만 임대료 인하 대상 임차인은 소상공인법에 규정된 소상공인이어야 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소상공인 임차인에만 임대료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임대료 인하 문제와 함께 영업시간 단축, 임시 휴업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입점 업체들은 임대료 인하가 아닌 한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입점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해도 임대료는 계속 나가는 거고, 인건비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업장들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건 임대료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걸 제안하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를 1년간 10% 감면해 준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여타 공항에 입점한 업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12일부터 김포공항점을 임시 휴업했다. 김포공항은 지난 9일부터 국제선 항공편 하루 1~2편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다 12에는 국제선 항공기가 안 대도 운항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를 계속 내더라도 휴업하는 게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이익이라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김포공항 측과 임대료 문제를 협의 중이다.
김포공항에 입점한 신라면세점은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기존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운영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변경해 총 5시간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