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블랙먼데이’...유가 급락 불 붙인 러시아 책임론 부상

입력 2020-03-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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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7% 이상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 발동...국제유가 20%대 급락

▲9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전광판에 보인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전광판에 보인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산유국 간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이 사태의 불을 붙인 러시아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석유시장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욕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러시아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장중 7% 이상 급락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이날 시장의 공포는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국제유가까지 20%대 폭락세를 보이면서 극에 달했다. 국제유가는 하루 기준, 1991년 걸프전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확대 요구를 저버리면서 유가 전쟁을 촉발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10개 동맹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 장관급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가 불발됐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가 반대해서다.

이에 사우디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사우디는 지난 7일 유가를 20% 대폭 인하하고,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인 산유량을 4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00만 배럴까지 증산한다고 예고했다.

러시아도 맞불을 놨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4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가격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블랙먼데이’로 러시아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이날 러시아 루블화 값은 달러와 유로에 대해 폭락했다. 루블은 한때 달러당 75루블, 유로당 85루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73루블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3월 이후 처음, 유로 대비 루블화 값이 83루블 이하로 내려간 건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러시아 중앙은행은 비상대책으로 국내시장에서 향후 30일 동안 외화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국제 원유시장의 급격한 변동 상황에서 통화 당국 조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금융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안정성 유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재무부도 시장 진정에 나서 “현재 국부펀드 누적 자금은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향후 6~10년간 재정 운영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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