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굴레에 갇혀 버렸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국제유가 폭락을 통해 중동으로 파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씨를 키우고 있다. 전염병에 의한 경제활동 저하가 수요 급감과 물류 정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까지 강타하는 복합적인 위기 양상이 ‘역(逆)오일쇼크’를 촉발했다고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진단했다. 역오일쇼크는 수요 급감에 따른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을 촉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에 따르면 국제 원유 시장과 증시 혼란 등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돈의 역회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특히 역오일쇼크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의 타다울지수는 전날 8.3% 폭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가 지난 6일 예상을 깨고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역오일쇼크를 촉발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로 감산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재정난에 처한 여러 나라가 감산에 반발하면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시장 점유율 하락을 이유로 감산에 반기를 들자 분노한 OPEC 맹주 사우디가 석유 판매가격 인하와 증산이라는 카드로 ‘오일전쟁’을 더욱 격화시켰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런 사태가 미치는 충격은 중동 산유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원유 등 화석연료 관련 기업 주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중시하는 투자 트렌드로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번 사태로 더블 펀치를 맞게 됐다. 이는 에너지산업에 대한 융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회사에 역풍이 된다. 또 중동 산유국들의 국부펀드가 기존 세계 각국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레바논이 지난 7일 12억 달러(약 1조4450억 원) 규모 외화 표시 국채 상환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순채무 비율은 158%로 높은 편이지만, 상환 연기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달러화 표시 부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유가 폭락이 글로벌 금융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신용등급이 낮은 미국 에너지 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도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적격등급(신용등급 BBB 이상) 미만 회사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ICE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미국 하이일드 채권지수 수익률은 6일 6.65%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미국 회사채에 매도세가 유입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기업 자금난이 에너지 이외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은 13조5000억 달러로, 2008년보다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 중 향후 3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 잔액은 4조 달러가 넘는다.
노무라 글로벌 마켓 리서치는 지난주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세계 경제가 ‘V자형’아닌 ‘L자형’의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