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불티 난 ‘코로나 채권’...알고보니 정부 보조금 지원

입력 2020-03-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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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채권’ 발행 규모 추이. 출처 WSJ
▲‘코로나바이러스 채권’ 발행 규모 추이. 출처 WSJ

중국에서 ‘코로나 채권’이 불티나게 팔렸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저리에 ‘코로나바이러스 채권(코로나 채권)’을 발행했다. 코로나 채권은 감염병 퇴치에 직접 관여하거나 발행 모금액의 10%를 퇴치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이 발행할 수 있다.

2월 초 이후 항공사와 제조업체, 부동산개발업체 등 150개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2370억 위안(약 39조4000억 원)에 달한다. 2월 비금융 부문 위안화 표시 채권 가운데 코로나 채권이 20~30%를 차지했다.

싼값에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보니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속도를 냈다. 코로나 채권의 쿠폰 금리는 발행 회사별로 1.6~6%로 부채 비율이 비슷한 다른 회사가 발행한 채권 금리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낮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장순청 애널리스트도 “신용등급이 AA+인 중국 회사가 발행한 코로나 채권 금리는 동종 기업보다 평균 0.3%포인트 낮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이 판매한 코로나 채권 대부분을 중국 국영은행들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코로나 채권 발행과 매입은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코로나 채권은 본질적으로 국영은행이 자국 기업에 ‘은밀한 보조금(back-door subsidy)’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매출 부진, 생산 차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자금 유동성을 공급해줬다는 것이다. 실제 채권 발행을 통해 끌어들인 자금으로 기업들 상당수가 디폴트를 막기 위한 미결제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

세계 최대 대형액정화면(LCD) 생산업체로 애플에 아이패드와 맥북 노트북용 LCD를 공급하는 BOE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주 금리 3.64%의 만기 3년물 채권을 발행해 20억 위안을 모았다. 회사는 우한 생산공장 지원 용도로 3억 위안을 쓰고 나머지 돈으로 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 선전항공도 채권 발행을 통해 23억 위안을 모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취소 환불금과 직원 월급, 기타 보수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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