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표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20일(현지시간) 대형 인터넷 증권사인 E트레이드를 130억 달러(약 15조6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는 전액 주식 교환으로 이뤄진다. 이번 인수는 미국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리서치 업체 딜로직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욱 눈여겨 볼 것은 최대 M&A가 미국 최대 인터넷 증권사 찰스슈왑의 경쟁사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2019년 280억 달러)로, 두 건 모두 개인금융 사업 기반 강화를 노린 업계 재편이라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E트레이드는 500만 소매고객과 3600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모건스탠리의 대출 확대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마이클 피지 E트레이드 최고경영자(CEO)는 계속해서 자사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E트레이드는 우리의 자산관리 사업에 특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트레이드는 지난해 11월 두 주요 경쟁사가 합병하고 나서 미래가 불확실했다. 특히 찰스슈왑은 거래수수료를 제로(0)로 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가운데 모건스탠리에 매각되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닛케이는 개인 서비스가 미국 금융업계의 주요 전쟁터가 되고 있으며 특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공세가 눈에 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캐나다 솔리움캐피털을 약 9억 달러에 인수했다. 솔리움은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젊은층 우량고객 확보를 꾀한 것이다. E트레이드 인수 목적도 거의 비슷하다.
한편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신흥 부유층 전용 자산관리업체를 산하에 넣었으며 애플과 손을 잡고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했다.
두 은행이 개인사업에 힘을 싣는 것은 전통적인 투자은행 수익이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 두 은행 모두 기업공개(IPO) 인수 부문이나 M&A 자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강한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주식과 채권 매매를 중개하는 트레이딩 사업도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자 개인고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경쟁의 축으로 삼는 것이 바로 금융과 IT의 융합인 ‘핀테크’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고먼 CEO는 “E트레이드가 보유한 기술 혁신 역량이 모건의 경쟁우위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 증권의 선구자인 E트레이드는 고객 만족 조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개인 서비스 개발에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