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가 일어났다. 이달 초 일본 요코하마항으로 입항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에서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탑승자는 승무원과 승객 모두를 합해서 약 3700명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서 승객들을 하선시키지 않고 14일간 배 안에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런 봉쇄대책이 역효과가 되어 좁은 선내에서 감염이 확산하고 말았다. 크루즈선에서 17일(현지시간) 새롭게 99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고 그 결과 감염 확진 환자가 454명에 이르게 됐다. 크루즈선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크루즈선 승객 중 새롭게 504명을 검사한 결과 99명이 양성으로 판명됐다. 그런데 이들 중 70명이 무증상이라고 전해졌다. 17일 시점에서 약 3700명의 탑승자 중 총 1723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454명의 감염이 확인돼 전염률이 26.3%로, 4명 중 1명의 비율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날 나온 확진자 중 무증상자 비율을 살펴보면 크루즈선 확진자 중 거의 70%가 무증상이라는 이야기다. 37.5℃ 이상의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양성이 많다는 것이 코로나19의 특성이다.
후생노동성은 이날 전날의 전문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중국 후베이성 등을 14일 이내에 다녀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후베이성 등을 다녀온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37.5℃ 이상의 발열 등 증상이 있다면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역감염 예방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후베이성 등을 다녀오거나 그런 사람들과 접촉이 있는 사람 중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검사체제로서는 무증상자를 알아낼 수 없다. 결국, 앞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자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코로나19는 아직 유행이 아니다”라며 “대형 이벤트 등의 개최 여부는 주최측 판단에 맡긴다”고 말해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아직 강경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신경 쓰는 것은 코로나19 이상으로 7월에 개최될 도쿄올림픽 성공 여부이며 아베 정권을 뒤흔드는 각종 대형 스캔들 진화작업이다. 현재 아베 정권에 있어 코로나19 사태는 세 번째 정도의 관심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여러 면에서 일본 정부의 방역 태도는 코로나19와 전력으로 싸우고 있는 한국과 비교가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30일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번 사태를 통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어디인지 확실치 않다. 아베 총리는 소극적이고 스가 관방장관과 가토 노부카쓰(加藤信勝) 후생노동상의 이야기에는 일관성이 없다. 크루즈선 탑승자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에 대해서는 스가 관방장관이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자는 입장을 내세웠으나 가토 장관은 전수조사를 주장했다. 사실 전수조사를 실시, 하루속히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옳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헌법에 긴급사태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긴급사태 조항을 헌법에 추가해 재해나 전쟁과 같은 긴급사태 시 총리가 이를 선언하여 통제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 수 있다. 그때는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정령((政令)’이라는 법을 마음대로 제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런 긴급사태조항이 없어도 현재의 법률로 이번 바이러스 사태에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은 국민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려는 태도를 즉각 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