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위원장은 13일 총선공약 기자회견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언급했다. 그는 “온 국민이 나서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지켜내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고 정의를 지향하며 검찰공직자로서 주어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날 안 위원장이 발표한 공약도 결이 같았다. 공약의 핵심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폐지, 사법시험을 부활’이다. 법조계의 순혈주의와 획일성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마련된 로스쿨 제도는 참여정부였던 2007년 7월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는 공공연하게 반대했다.
정권과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측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안 위원장은 “관권공작선거”, “80년대 안기부나 했음직한 짓”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가며 청와대와 법무부를 맹렬하게 비난한 뒤 “관련자를 엄단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윤석열 총장 체제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중대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락상 ‘관련자 엄단’과 ‘윤석열 체제의 성공’은 같은 의미다. 검찰의 수사를 ‘공정’과 ‘정의’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이것과 대립 관계에 놓인 청와대와 법무부를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프레임으로 묶어둔 것이다.
안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1일 발표한 사법개혁 총선공약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안 위원장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 분리를 추진하는 등의 문제로 검찰 조직과 깊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을 이루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수처에 주어진 기소권을 폐지하고, 검경 수사권 역시 검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방향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안 위원장의 구상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발언만 놓고 보면 정치권에서 검찰의 가장 강력한 우군은 안철수”라고 평했다.
안 위원장이 검찰 친화적 행보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고려가 담겨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무엇보다 검찰과의 대립이 부분이 현 정권의 ‘약한 고리’에 해당한다는 계산이다.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촉발된 만큼,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ㆍ보수층 유권자를 끌어당기기에 가장 좋은 ‘땔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기록하는 등 검찰의 수사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지지층 저변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이슈라는 분석이다.
향후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야권 연대’의 실마리를 남겨두는 것으로 정치적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총선 과정의 선거연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총선 이후의 연대는 가능하다는 것이 안 위원장의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앞서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건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바로잡고자하는 목적의 정책적 연대”를 들었다. 정권에 대한 강한 공세 과정에서 ‘반문(반문재인)’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할 수 있다는 점도 안 위원장에게 나쁘지 않은 전개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일찍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귀국한 직후 일정에서도 참여연대 출신 김경률 회계사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김 회계사는 ‘조국 사태’ 당시 여권과 진보진영 인사들을 비판하며 참여연대를 떠났던 인물이다. 국민당 창준위 관계자는 “총선까지 시간표가 빠듯한 만큼 메시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검찰에 우호적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에게 꾸준히 신당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