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 채권자금이 4개월 만에 크게 유입됐다.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네 번째로 크게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 채권자금은 40억6000만 달러 순유입했다. 공급자금을 중심으로 상당폭 유입되면서 전월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중앙은행이나 연기금에서 채권을 매수한 부분이 많았다”라며 “연초에 기관 투자가가 투자를 늘리는 부분이 고려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해 9월 10억7000만 달러 빠져나가는 등 7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순유입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미·중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30억 달러가 순유출했다.
다만 외국인 주식자금은 3억7000만 달러 순유입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식자금이 늘어나면서 올 초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유입폭이 축소됐다.
채권과 주식을 합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1월 44억3000만 달러 순유입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경제 규모가 큰 10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4번째로 큰 폭 하락했다. 12월 말 1156.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0일 1187.1원으로 30.7원 뛰어올랐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달러화에 견준 원화 가치는 2.6% 하락했다. 1월초 중동지역 리스크가 일시적 상승 요인에 그치고 1월 21일 이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주요 신흥국 10개 통화 가운데 같은 기간 달러화에 견준 통화가치 하락이 원화보다 컸던 통화는 브라질 헤알화(-7.1%),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6.9%), 러시아 루블화(-3.4%)뿐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 폭은 평균 4.6원으로 12월(3.7원)보다 작아졌고 변동률도 0.39%에서 0.32%로 줄었다.
지난달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월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3bp(1bp=0.01%포인트)로 한 달 전보다 1bp 내리는 등 차입여건은 양호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내렸다는 것은 부도 위험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을 발행할 때의 비용이 더 적게 들어간다.
지난달 국내 은행 간 시장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265억6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5억1000만 달러 줄었다. 원·달러 현물환 거래가 증가한 게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