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 급감, 벼랑끝 몰린 소상공인 위기

입력 2020-02-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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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소비 전반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내수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관광·유통·외식·숙박·공연 등 서비스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관련 업종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체크카드 승인실적 집계에서 설연휴 직전 주말인 1월 25~26일 카드사용액은 2조867억 원으로, 전주의 3조7667억 원에 비해 44.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의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이다. 일주일 사이 소비가 절반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전국 대부분 백화점은 10일 동시에 문을 닫았다. 매출 감소를 떠안은 방역 차원의 휴업이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2~3차 감염자가 나온 이후 첫 주말인 1∼6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0.5%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서울 소공동 본점 매출이 31.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도 10% 이상 줄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 감소폭은 3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외식·숙박업종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찾은 충남 아산시 전통시장에서도 지역 상인들의 “가겟세도 못 낸다. 하루를 버티기 힘겹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경기 둔화로 장사는 안 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만 커졌는데, 전염병까지 확산해 문을 닫아야할 처지라는 하소연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서 조사대상 98%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각종 모임과 행사·여행 등의 무기한 연기·취소에 따른 고객 급감이 주된 이유였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업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소비가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50%다. 소비가 줄면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성장률이 추락하는 건 필연이다.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쑥 들어갔다. 해외 투자은행(IB)와 연구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JP모건은 1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3%로 예측했다. 정부가 목표한 연간 2.4% 성장은커녕, 1%대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다시 개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진작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 처방인데, 소비를 살리는 효과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가용(可用)할 수 있는 정책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정책들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짜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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