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종 코로나에 신음하는 공연·예술계

입력 2020-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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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뮤지컬 '영웅본색'이 폐막 1개월여를 앞두고 나머지 공연을 취소한다. 홍콩 느와르 장르의 시초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 1편과 2편을 각색해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극장 뮤지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공포에 무릎을 꿇었다.

이달 6일과 7일 창단 139년 만에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신종 코로나 우려로 무산됐다. 영국 밴드 '퀸'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위윌락유'도 지난달 30일 공연 시작 10분 뒤 돌연 취소했다.

더불어 육군 창작 뮤지컬 '귀환'이 취소됐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개봉 연기 방침을 내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예술계에선 취소나 잠정 연기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두 달간 연극,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급감했다. 당시에도 감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문밖으로 나서지 않아 공연예술 분야는 침체에 빠졌다.

관객이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에서 일정을 감행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공연장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관람한다. 공연을 보러 왔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정부도 나섰다. 메르스 때 교훈으로 만든 매뉴얼이 지금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민간 소규모 공연장 420여 개소에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용품을 17일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열악한 재정과 인력으로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민간 공연장을 돕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한다. 많은 공연장과 미술관 등은 마스크를 배부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문화예술 업체가 생겨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장기적인 지원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충실한 대책이야말로 훗날 또 다른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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