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힘인 수출이 부진의 터널을 탈피할 조짐이다. 수출물량과 소득교역조건이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2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향후 먹거리를 위한 설비투자 부진도 탈출 목전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등을 위한 기계 및 장비 수입물량지수가 1년2개월연속 하락했지만, 같은기간 감소폭은 가장 적었다.
특히,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는 14.9% 상승했다. 이 또한 작년 4월(4.1%) 이후 반등세로, 2018년 10월(20.9%)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D램 가격 상승 기대에 대비한 재고축적 수요로 반도체 직접회로가 37.1%나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역시 2017년 2월(41.4%) 이후 2년10개월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이동전화기 부분품도 23.9% 증가했다.
기계 및 장비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요와 중국 투자 회복에 13.5% 올랐다. 이 또한 2018년 10월(44.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화학제품 또한 11.8% 상승했다. 일부 화장품에 대한 중국 등 아시아쪽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석탄 및 석유제품은 14.8% 하락했다.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수요부진이 지속된 때문이다. 실제 12월 평균 두바이유는 전년동월보다 13.2% 급등한 배럴당 64.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월 42.9% 상승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반면, 기계 및 장비는 2.2% 하락해 1년2개월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다만 같은기간 하락폭은 가장 작았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부진이 계속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가격을 반영한 금액지수를 보면 수출은 0.9% 하락한 109.77을 기록했다. 이는 1년1개월째 하락세다. 수입도 1.0% 떨어진 120.55로 8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각각 같은기간 하락폭으로는 가장 적었다.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6% 하락한 91.09를 기록했다. 이는 2년1개월연속 내림세를 지속한 것이다. 수출가격(-7.9%)이 수입가격(-5.5%)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때문이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4.9% 상승한 106.12를 보였다. 이는 2018년 10월(14.1%) 이후 처음으로 오른 것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지만, 수출물량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송재창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2018년말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물량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하면서 개선된 모습”이라면서도 “1월엔 설 연휴가 있다.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벤트도 있다. 향후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다만 이같은 상황들만 아니라면 괜찮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