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번지며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증권업계는 우한 폐렴 공포로 증시의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4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06포인트(2.81%) 하락한 2183.07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 역시 21.32포인트(3.11%) 내린 664.25에 머물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우한 폐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국내 증시도 폭락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오후 8시 기준 전국 30개 성에서 2840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1명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의 우한폐렴 확진자는 △태국 8명 △미국 5명 △호주 5명 △한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각각 4명 △프랑스 3명 등으로 현재 집계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격상시켰다.
이 같은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의 소비 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우려가 커졌고 나아가 글로벌 교역 감소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증시도 하방 압력을 받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악재로 국내 증시의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춘절 첫날 이동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8%나 급감했다고 발표하고, 춘절 연휴를 연장하는 등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됐는데 이로 주식시장의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전례없는 위험자산 랠리로 가격 부담이 높아진 구간에서 악재 출현과 불확실성 대두는 차익 매물 확대의 동인이 될 여지가 크다”며 “이번 상승장은 이익 개선보다 주가 반등의 선행성이 높았는데 우한 사태 발생으로 단기 내 주요국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펀더멘탈(기초 여건)의 변화가 없는 만큼 전염병으로 인한 조정장이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조정 구간을 반도체, 중국 소비주 등 주도주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로 중국 관련 소비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으며 향후 주도주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전염병은 단기 투자심리 악화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방향성 결정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위안화 강세, 한한령 해제 기대감 등 중장기 상승 요인이 남아 있다면, 전염병 사태가 완화되는 시점부터 중국 소비주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구간이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변한게 없는만큼, 현재의 주가하락은 중장기적 매수 기회”라며 “특히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던 미국 테크주, 국내 반도체 등 주도주는 향후에도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것인만큼 이들에 대한 매수기회로 노려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한 폐렴 공포는 외환시장과 채권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4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에서 8.60원(0.74%) 오른 달러당 1176.60원에 형성돼 있다. 환율은 9.8원 오른 1178.5원으로 출발했지만 소폭 상승세가 줄면서 117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국고채와 금 등의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328%에 거래됐고 10년물 금리는 연 1.580%로 12.4bp 하락했다. 5년물은 10.6bp 떨어져 연 1.431%를 기록 중이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시 28분 현재 금 현물 1g은 전 거래일 대비 1.83%(1070원) 오른 5만9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현물 가격도 온스당 1.59%(25.32달러) 상승한 1582.60달러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