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 최고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여객기 격추 사실을 보고 받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란군(軍)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사고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자국 책임을 인정한 것은 사고기가 추락한 지 사흘 만이다. 미국 등에선 추락 직후부터 사고기가 이란군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란은 ‘음모론적 심리전’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이란군은 여전히 고의성은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는 8일 테헤란 외곽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지 약 2분 만에 추락했다. 이 추락으로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란 ISNA 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 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발표 직후 이란 지도부는 책임자 엄벌을 약속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끔찍한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 규명해야 한다”며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책임자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도 “사법부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가 이날 군 사법부에 이번 참극에 대한 법적인 조처를 하기 위한 서류를 취합하라고 지시했다”며 “책임자는 군사재판을 통해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국제위원회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철저한 책임 인정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이란으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대한 자세 천명, 책임자 처벌, 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 손해 배상금 지급,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이란군은 곧 자세한 사건 경위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