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과의 매우 크고 포괄적인 1단계 무역 합의에 1월 15일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행사는 백악관에서 열리며, 이 자리에 중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대신 미국은 계획한 추가 관세 철폐와 더불어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의 관세를 낮추는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총 86쪽 분량으로 구성된 미·중 합의문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제 금지, 농업·서비스 시장개방 확대, 환율조작 금지, 교역 확대, 분쟁 해소 절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협정문의 완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현재 요약본만 공개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입 총액이 188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2년간 미국산 제품·서비스 수입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번 무역 합의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서도 양측은 타협점을 찾았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연간 4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무역 전쟁 발발하기 전인 2017년 중국이 사들인 미국산 농산물 규모는 240억 달러 수준이다. 무역 전쟁 전 최대였던 2013년 290억 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아울러 미국은 이번 합의안에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이번 합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미국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5일 서명 ‘깜짝 발표’에도 중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정식 서명한 후 외부에 공개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단계 합의문에) 서명은 하겠지만, 합의를 과시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며 “자칫 당내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도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서명 이후 베이징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나는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단계 협상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보조금과 첨단기술 등을 2단계 의제로, 무역 합의에 대한 이행강제 메커니즘 논의를 3단계 의제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중국도 이 쟁점에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조금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 지도자들에게 있어 경제 관리의 주요 도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