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샀나 못 샀나...사냥감 찾던 버핏, 정작 티파니 인수 제안에 퇴짜 놨다

입력 2020-01-02 14:33 수정 2020-01-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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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고공행진에 가치 너무 높다고 판단한 듯…M&A 부재 실망감에 버크셔는 10년 만에 최악 성적

▲워런 버핏(가운데)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작년 5월 4일(현지시간)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오마하/신화뉴시스
▲워런 버핏(가운데)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작년 5월 4일(현지시간)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오마하/신화뉴시스
‘코끼리’로 상징되는 대형 인수·합병(M&A) 건수를 애타게 찾고 있었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의 유서 깊은 주얼리 업체 티파니를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퇴짜를 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티파니는 지난해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부채 포함 총 166억 달러(약 19조 원)에 매각되기 전 버핏에게 자사를 인수하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동안 티파니에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항상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됐던 버핏이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의외였다고 FT는 평가했다. 버핏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티파니가 흔들렸을 때 2억5000만 달러 상당의 회사채를 사들여 회사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또 티파니를 인수했다면 버크셔가 30년 전 손에 넣었던 네브래스카 소재 보석 유통업체 보르쉐임스를 보완하는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버핏의 이런 소극적인 자세는 버크셔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버크셔 클래스A주는 작년 주가 상승률이 11%로,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가 3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초라한 성적을 냈다. S&P500 대비 버크셔 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20.5%포인트였는데, 이는 10년 만의 최악이었다.

▲ (단위:%포인트)
출처 : FT

***2019년은 -20.5%포인트
▲ (단위:%포인트) 출처 : FT ***2019년은 -20.5%포인트
투자업체 에드워드존스의 짐 섀너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좌절하고 있다”며 “버크셔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으며 버핏은 기회가 생긴다면 투자할 준비는 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들이 떠오를 수 있도록 당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버핏이 M&A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버크셔의 현금 보유고는 지난해 128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S&P500에 속한 기업 수십 곳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는 대형 M&A를 통해 성장해온 버크셔에는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다. 돈이 넘쳐나는데도 투자할 곳을 못 찾았거나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버핏의 투자 감각이 떨어졌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FT는 2015년 320억 달러에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인수한 이후 4년 넘게 버크셔가 대형 M&A 성사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동안 저평가된 기업을 사냥해온 ‘가치투자자’ 버핏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버핏은 지난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장기 전망으로 접근하기에는 기업 가치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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