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잡아라"… 고강도 규제에 고개 드는 '갭투자ㆍ원정투자'

입력 2019-12-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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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높을수록 매입 부담 줄어… 지방 청약경쟁률 치솟아

고강도 집값 안정 방안이 담긴 12ㆍ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자들은 ‘틈새’를 찾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치솟는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을 이용한 ‘갭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비규제지역 투자를 위한 지방 원정 투자까지 나서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3%로 전주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에 이어 2015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서울에서도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이 0.52%로 크게 올랐다. 송파구(0.35%)와 서초구(0.32%)도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전셋값 상승률을 넘어섰다.

강남3구의 전셋값 급등에 정부는 보증금 9억 원이 넘는 고가 전셋집 소유자의 임대소득세 탈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12ㆍ16 대책으로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부족한 자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해서 매입하는 보증금 승계 구입, 일명 ‘갭 투자’를 활용해 고가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보다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서울의 전세가율은 평균 61.3%에 달한다.

학군이 좋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형의 전세 호가는 17억 원이 넘지만 매매가는 30억 원 수준이다. 따라서 투자금 13억 원으로 이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할 수 있다. 전셋값이 높을수록 초기 투자자금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대치동은 원래 갭투자가 많은 곳이었는데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중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강남 아파트는 살 수 있을 때 빨리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전셋값이 올라갈수록 갭투자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시가 9억 원 이하 아파트 및 비(非)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대출 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에서 다소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권의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 전이라 종부세 산정에서 아예 제외된다는 점을 노려 청약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이를 반영하듯 비규제지역의 무순위 청약시장은 요즘 투자 수요로 열기를 내뿜고 있다.

코오롱건설이 수원시 권선구에 짓는 수원 코오롱 하늘채 더퍼스트는 28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4가구 모집에 7만1222명이 몰려 50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순위 청약은 1ㆍ2순위 청약 이후 부적격 처리된 청약자 물량을 대상으로 청약가점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무순위 청약이라지만, 7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은 서울 등을 각종 규제로 누르자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의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19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청주 가경 아이파크 4단지’도 107가구 모집에 9576명이 몰려 평균 89.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아파트도 18일 1순위 청약에서 26.3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주시 흥덕구 K공인 관계자는 “아이파크의 경우 청주 외 지역에서 지역 거주자를 대리로 내세워 청약에 나선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 투자가 어렵다 보니 지방 부동산에까지 손길을 뻔치는 등 비규제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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