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장과 각 정당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치인의 혐오표현이 급속히 확산되고 이와 관련된 진정이 인권위에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밝히고, 혐오표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은 일차적으로 혐오표현이 초래하는 해악이 중대하기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또한 인권위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그 잠정적인 발화자나 대상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사회적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한 해악도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첫째, 혐오표현은 그 대상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혐오표현은 특정집단을 열등한 혹은 불결한 또는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위축감, 공포감, 좌절감뿐만 아니라 자기비하나 자기부정을 야기한다.
둘째, 혐오표현이 야기한 두려움과 위축 효과로 인해 혐오표현 대상집단은 공론장에 참여할 실질적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게 되어 공적 토론의 장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이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본질로 삼는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위와 같은 해악성이 결합되어 궁극적으로 혐오표현 대상집단에 대한 차별을 공고화 하고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즉 대상집단 구성원의 인격을 저해하고 공포감을 심어 자기비하와 자기부정을 내면화 하도록 하여 차별의 상황을 수용하게 하고, 사회전체로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확산시켜 제도적으로 차별을 지속하게 하고 불평등 시정을 회피하게 만든다.
이밖에도 인권위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일부로서 혐오표현 제한은 의사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도 무한하지는 않다. 또한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라는 인권의 핵심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차별과 적의, 폭력의 선동과 같은 위험한 행위로 나아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의미가 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의견표명이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 다양성이 존중되고 차이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도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