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 훈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 가격도 고공행진을 계속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금값은 꺾이기 마련인데, 최근엔 주식과 금이 동반 상승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의 수면 아래에 내재된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29일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518.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24일 기록한 1524.20달러 이후 최고가다. 북한이 예고한 성탄절 선물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현실화하지 않았음에도 금값이 강세를 보인 셈이다. 같은 날 미국 증시에서는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올해에만 18% 상승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가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부추겼지만, 미·중 무역합의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이 금 같은 안전자산을 지지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또 유럽과 일본의 성장 정체, 남미와 홍콩 등지에서의 대규모 시위, 내년 미국 대선 불확실성 역시 금에 대한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XM닷컴의 마리오스 하지키리아코스 애널리스트는 “광범위하게 펼쳐진 위험자산 투자 분위기에 역행한 것은 금이었다”면서 “내년은 증시 헤지 수단으로 금 매입을 늘리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도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 가치는 3분기 말 최고점에서 2% 이상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로 살 수 있는 금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금 매수를 부채질하고, 결국 가격은 오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정책도 금값 강세를 부추겼다. 연준은 지난 11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내년 금리 동결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의 통화완화정책 기조에 따라 내년에도 금값이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2020년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달러 약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귀금속 전문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 시기 상조”라면서 “금 랠리가 2020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