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계약을 5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5년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새 계약은 올해 안에 체결될 계획이며 새 합의안에는 추가로 10년 더 연장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올렉시 오르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내년에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650억㎥가 유럽으로 운송될 것”이라며 “2021년부터는 매년 400억㎥의 가스가 운송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중 40%는 노르트 스트림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계약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데다가, 노르트 스트림을 운영하는 가스프롬과 나프토가스가 계약 조건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는지 불확실성이 커져왔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나프토가스에 29억 달러(약 3조 3700억 원)를 지불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기존 모든 소송을 취소하고 새로운 법정 공방을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유럽은 최대 공급원인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미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북서부에서 독일로 향하는 새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2)’에 대한 제재를 발효했다. 그는 전날 노르트 스트림2와 ‘투르크 스트림’ 건설 사업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기존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과 달리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한다. 투르크 스트림은 러시아 흑해 연안 아나파에서 흑해 해저를 통과해 터키·그리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노르트 스트림2와 투르크 스트림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러시아 기업은 물론, 유럽 기업들도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노르트 스트림 2에는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