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문서위조 혐의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정면 충돌했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법원이 거부한 이후 양측의 갈등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앞서 검찰은 17~18일 재판부에 재판 진행 절차 등에 대한 10개 항목의 이의제기 의견서(본보 12월 18일 단독보도)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의 공정성이 심히 우려된다”고 항의했다. 직접 법정에 출석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을 비롯한 수사 검사들이 돌아가며 재판부를 비판하려 하자 재판장이 이를 제지하면서 10여 분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전대미문 재판”… 발끈한 검찰 =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 중 재판부에 이의제기한 내용이 있다”며 재판을 시작했다. 검찰 측에선 고 부장검사부터 열람등사 담당 검사까지 총 8명이 출석했다.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적한 재판부 예단이나 중립성에 대한 내용은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또한 공판준비기일 조서 작성에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있었던 공방 과정이 누락됐다는 이의제기에 대해 “조서 모든 내용을 기재할 순 없다”며 “검찰의 이의신청 부분이 기재되지 않은 것은 법에 따라 수정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재판부가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하려 하자 고 부장검사가 미리 제출한 의견서의 요지를 법정에서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돌아보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으라”며 거부했다.
이어 3명 검사가 재판이 편향적으로 진행된다고 반발하자 “재판 진행에 방해된다”며 자리에 앉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왜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지 않냐. 이의제기를 하라면서 앉으라고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는지 여부와 이에 따른 증거 능력 인정 여부를 다투는 과정, 열람 등사가 늦어진 이유를 따지는 부분에서도 검찰과 재판부, 변호인 간의 마찰은 계속됐다. 변호인 측은 조서가 작성되지 않은 녹취파일과 녹취서는 독자적인 증거로 쓸 수 없고, 기소 후 압수수색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한 검사가 “검사의 의견은 듣지도 않으면서 변호인에게는 실물화상기를 띄워 이야기하라고 한다”며 “지금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시다. (변호인 주장은) 명백히 허위다. 공문서가 사실과 달라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인데 재판장은 단 한마디도 안 듣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 읽어봤다. 앉으시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검찰 측은 “편파적으로 진행한 부분 정식으로 이의제기한다”며 계속 불만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발언하는 검사들의 이름을 묻기도 했다.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사모펀드비리 등 11개 혐의 공전… 추가기소 병합 가능성 = 이날 재판에서는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도 동시에 이뤄졌다. 하지만 앞선 설전과 변호인 측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관계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공회전만 거듭했다.
고 부장검사는 재판 말미에 “정 교수 구속기소 이후에도 추가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연내에 입시 비리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은 입시 비리, 변호인은 사모펀드 비리부터 하겠다고 하는데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17일 추가 기소한 사문서위조 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추가 병합을 요청했는데 변호인이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기소된 사건을 병합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같이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을 마친 후 정 교수 측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오늘 재판 진행에 대해 검사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변호사로서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며 “이것이 우리 사법 현실을 보여주는 한 현장”이라고 토로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9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