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유전을 짓듯이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윤활기유 공장을 지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수마트라섬 말라카 해협 인근에 위치한 두마이시(市). 인구 25만명의 이 도시는 한낮에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며,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로 뜨겁고 습한 밀림지역인 두마이에서 SK에너지의 글로벌 경영이 조용하지만 알차게 영글고 있다.
두마이공항을 나와 주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 덧 양 옆으로 원유 파이프라인이 함께 달리고 있다. 쉐브론사가 이 파이브라인을 통해 미나스(Minas)와 두리(Duri)지역의 원유를 페르타미나의 두마이 정유공장(UPⅡ)에 공급 하고 있는 것. 하루 17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있는 UPⅡ 한켠에는 2만여평 남짓한 곳에서 글로벌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SK에너지의 인도네시아 제3 윤활기유(두마이) 공장을 만날 수 있었다.
SK에너지의 첫번째 동남아 생산기지이자 업계 최초의 동남아 생산공장인 두마이 공장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2년여의 공사를 마무리하 하고, 지난 7월 하루 최대 7870배럴의 윤활기유 상업 생산을 본격 개시했다. 기공식 때만 해도 아무 것도 없던 늪지의 밀림지대가 최첨단 공장으로 탈바꿈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SK에너지 두마이 공장의 현장 책임자인 박병용 공장장(부장)은 "고급 윤활기유의 원료가 되는 미전환잔사유(UCO)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수소첨가분해공정(Hydro-cracker)이 있었기 때문에 (두마이 지역에) 윤활기유 공장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 투자비 2억1500만달러가 소요된 두마이 공장은 SK에너지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가 각각 65대 35의 지분을 투자, 합작사인 Patra SK(페트라 SK)를 통해 설립됐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 등 윤활유 제조에 쓰이는 기초 유분으로 두마이 공장은 국내 울산사업장과 함께 점도지수가 높은 그룹3의 고급 제품을 생산한다.
전세계 윤활기유 시장규모는 연간 440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고급 윤활기유 시장은 6%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고급 윤활기유 시장이 매년 25% 이상 성장하는 등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매우 유망한 수출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공장장은 "두마이 공장에서 생산된 윤활기유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노틀담, 휴스톤, 싱가폴 등 세계 각 지역에 판매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두마이공장에서만 매출 4억6000만달러(한화 약 4600억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소첨가분해공정을 통해 UCO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두마이 공장에서 현재보다 20~30% 가량의 생산증대가 가능하다"며 "페르타미나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효자 노릇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진출 교두보가 된 두마이 공장. 그러나 두마이 공장이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2005년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페르타미나 경영층과의 면담, 사업 계획 전달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나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은 해외 투자자 유치에 열심인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과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 면담을 하면서 페르타미나와의 사업 제휴가 극적으로 이뤄진 것.
이후 SK에너지는 보통 반년 이상이 걸리는 사업타당성 검토 작업을 2개월 만에 완수해 페르타미나 경영층의 신뢰를 얻었으며, 사업 성공에 대한 열정을 전하는 데 성공했다. SK에너지와 페르타미나는 2006년 4월 한국에서 합작 동의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에 두마이공장은 SK에너지와 페르타미나의 협력으로 공사기간을 2개월 단축해 상업생산을 시작하게 됐다.
박 공장장은 "현지 직원들의 노력과 페르타미나의 적극적 지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종교, 우기, 관습,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2개월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마이 공장 건설과정에서 900만 인시 무사고를 달성했다"며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도와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SK에너지가 국내 정유회사 중 최초로 동남아시아에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성과와 함께 원유 보유량 19억 배럴의 아태지역 대형 석유정제업체인 페르타미나와의 합작공장을 가동하게 된 것이다.
이번 두마이 공장의 성공을 두고 최근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에너지기업들의 눈이 SK에너지로 모아지고 있다. 많은 에너지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공장장은 "기술과 자본을 갖고 SK에너지가 들어왔지만 페르타미나의 인프라가 없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던 프로젝트"라며 "실제로 업무를 추진하면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장기협력 관계를 모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에너지는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 설립을 계기로 글로벌 역량을 아시아에서 미국, 유럽으로 확대해 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이만우 SK에너지 상무는 "제3 기유공장의 가동으로 석유트레이딩, 석유화학, 자원개발 등 양사간 에너지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 발굴, 상호 기술 및 기술 정보 제공, 엔지니어 교육 등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계획"이라며 "싱가포르 물류기지, 베트남 자원개발, 인도네시아 기유공장을 잇는 동남아시아 트라이앵글의 강화와 해외 글로벌사업을 더욱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