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교섭단체 합의 없이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강행한 것을 비판하고 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가 지난 10일 예산안 표결을 위해 안건 순서를 임의로 변경하고 토론신청을 묵살하는 등 예산안 상정ㆍ의결 과정에 항의했다.
심 원내대표는 의장실 항의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께 지금 국회 운영을 잘 해주시라고 말씀 드렸다"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모임에서 선거법 날치기 처리할 거냐고 항의했고, 엊그게 예산안 처리 제안설명 찬반토론 기회도 안 주고 막무가내 처리한 것, 예산일정을 (교섭단체)협의없이 끌어올리고 회의 일정도 협의 안 되는 것들, 이런 부분들에 항의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의장께서 사과하신다고 했고, 본회의장에서 사과해주시고 재발 방지도 말씀해달라고 건의드렸다"며 "처음에는 사과한다고 하다가 나중에 유감 표명한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말씀도 하실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로 이뤄진 회동에서는 국회 대변인의 불손한 태도를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의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의장실 대변인이 끼어들어서 그것 때문에 고성이 있었다"고 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대변인이 국회의원들이 협박한다면서 책상을 치고 고성을 질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 들어가는 문조차 첫번째, 두번째 문을 잠그고 세 번째 문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며 "의장실에서 좁쌀스럽게 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뱉기도 했다.
앞서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희상 의장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문 의장이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우리 한국당은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 의장이 512조원 국가 예산을 날치기로 처리한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문 의장의 모든 불법 행위는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아들은 총선 출마의 뜻을 언론에 노골적으로 밝혔다"며 "입법부 수장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의장이 자기 아들의 출세를 위해 민주당의 선봉대 역할을 한다는 게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국회 구성원으로 참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 원내대표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 의장이 예산안을 독단적으로 교섭단체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경우는 없다"며 "문 의장은 또 국회법에 명시된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한국당의 제안설명 및 토론신청도 묵살하는 등 편파적 진행으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