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갈등을 돌파하기 위해 국내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호혜적 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점진적으로 대외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풀어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우위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역분쟁에 맞서 모든 것을 국산화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공동으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일 양국 산업의 협력과 경쟁’ 토론회를 열고, 한·일간 교역갈등의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한·일 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 이사대우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수급에 문제 발생 시 우리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이나 교역 패턴 상 특정국 및 특정상품 쏠림현상이 강해 교역 환경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10대 수출 상품 의존도는 2009년 62.4%에서 2018년 58.5%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0대 수출 상품 품목도 큰 변화가 없어 대외 교역 환경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에 충격이 크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 이사는 “주요 8대 제조업을 기준으로 한·일간 교역패턴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한·일 간 생산분업구조가 발전하면서 가치사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정밀기기 등 일부 산업에서는 생산전문화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석유제품, 화학제품, 철강제품, 전기기기의 경우 한·일간 총교역액에서 산업내 교역(양국이 부가가치가 비슷한 품목을 분업해 생산·교역하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로 양국 간 분업구조가 확산되고 가치사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동차, 정밀기기는 한·일간 총교역액에서 산업간 교역(양국이 부가가치가 다른 품목 중 특정 국가에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품목을 전담해 생산·교역하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내외로 양국 간 생산전문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대일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 수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이들 품목 중 만성적이라 할만한 품목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이러한 점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양국 간 갈등에 의해 언제든 한국의 산업과 경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일 수입의존도 70% 이상 품목 수는 2015년 96개에서 2018년 116개로 증가했으며, 그중 화학제품이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대일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5개이며 이 가운데 50%가 화학제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이사는 “강력한 산업전략 추진으로 국가 차원의 중요성이 높은 전략부문에서는 국내에서 핵심소재 등을 조달할 수 있는 자체 서플라이체인을 강화하고, 점진적으로 대외의존도를 낮춰 대외 충격에 강한 내성을 갖추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