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무당국과 벌인 1600억 원대의 세금 소송 2라운드에서 1심과 달리 사실상 완승을 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11일 이 회장이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이 회장에게 부과한 증여세 약 1562억 원, 양도소득세 약 33억 원, 종합소득세 약 78억 원 등 합계 약 1674억 원 가운데 증여세 약 1562억 원을 전부 취소했다.
재판부는 “CJ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이 회장과 특수목적법인(SPC),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증여의제는 법률상 증여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증여와 같은 효과가 있어 세법상 증여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장은 국내 비자금 3600억여 원, 해외 비자금 2600억여 원 등 총 62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 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 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7개의 SPC를 설립한 뒤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이익을 취한 혐의(조세포탈)를 받았다.
이에 중부세무서는 이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ㆍ양도소득세ㆍ종합소득세 등 총 2614억 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2013년 12월 중부세무서의 세금 부과처분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로 인정된 부분 등을 포함한 940억 원을 취소하라며 일부 인용했다. 이에 이 회장은 나머지 1674억 원에 대한 부과처분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주식취득 자금 모두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고 취득과 보유·처분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결정했다”며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이 회장과 명의자인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나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조세 회피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세무당국 측의 손을 들어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