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한 연말 ‘데드라인’을 앞두고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심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양측의 잇단 강경 발언으로 ‘화염과 분노’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등 문 대통령으로서는 마냥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는 중국을 통한 북한 우회 설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청와대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남북 간 직접 소통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 초청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성탄절을 앞두고 열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데드라인’을 유예하거나 연장토록 유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달 23일~24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개최도 조율 중이다. 시 주석은 이미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5일 청와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긴장 국면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전화통화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대화 모멘텀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통화하자”고 합의했다. 미국과는 직접 소통 통로가 확보돼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향적인 대응을 요청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같은 ‘깜짝 카드’를 꺼내들 수는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성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과 외교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