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10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홍 부총리는 취임 때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혁신성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그가 열심히 뛰었음에도 성적표는 좋지 않다.
경제운용의 종합 성과인 성장률은 올해 2%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작년 12월 이래 12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연간 수출실적의 두 자릿수 감소가 확실하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침체,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 탓이 크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석유파동이 닥친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7%) 말고 2%를 밑돈 적이 없다. 외부의 대형 쇼크가 없었는데도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경제가 최악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세금 풀어 만든 공공일자리가 늘어난 것 말고는 실속이 없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100여 차례의 장관급 회의를 열고 현안들을 조율했다. 기업 및 소상공인 등과 소통하기 위한 현장방문도 30여 차례였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리더십이나 존재감은 미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정책 주도권에 밀리고, 정책결정이 정치논리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밀어붙인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강행이나, ‘타다’ 같은 공유경제가 국회의 금지법으로 무산되는 과정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 투자, 소비 모두 활력을 잃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6%가 경기를 ‘장기형 불황’으로 진단했다. 기업들이 예상한 내년 경제성장률도 평균 1.9%였다. 경영계획 기조는 47.4%가 ‘긴축’이고, 34.1%가 ‘현상유지’다. 내년 투자계획도 39.4%가 올해보다 ‘축소’라고 응답했고, ‘금년 수준’이 38.6%였다. ‘확대’는 22.0%에 불과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곳이 기업이다. 이들의 경기 인식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만 키우고,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산업 혁신이나 기업 투자는 계속 규제로 찍어누르고 있는 탓이다.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는 가라앉는 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홍 부총리 경제팀이 성과를 내려면 경제사령탑으로서 분명한 소신을 갖고 오류를 인정하면서, 정책궤도 수정과 구조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정책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당부다. 핵심은 민간 활력을 살리기 위한 규제의 혁파, 노동개혁, 기득권 장벽의 극복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