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은 7일 대기업이 설립한 지 10년 미만의 비상장기업에 1억 엔 이상을 출자하면 그 출자액의 25% 상당을 소득금액에서 빼서 세 부담을 줄여주는 우대 조치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에 없는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이익의 원천이 되는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이 자사에 묻어둔 방대한 자금 활용을 유도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노림수도 들어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양당의 세제조사위원회에서 논의해 2020년도의 여당 세제개정안에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세제’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러한 세제 혜택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 말까지의 출자에 적용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의한 출자액은 1000만 엔 이상이다. 해외 스타트업에 출자하는 경우는 5억 엔 이상이다.
일본 국내의 전업회사와 벤처캐피털에 의한 출자가 대상이다. 대기업이 자사의 인재와 거래망에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합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등 사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경제산업성이 최근 발표한 ‘CIP제도’를 활용한 산학협력도 주목된다. 이 제도는 종전의 기술연구조합을 기업과 대학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 마련됐다. 기술연구조합은 복수의 기업과 대학·독립연구법인(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시험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기술연구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인이다.
경제산업성은 60년 가까이 된 CIP제도를 최근 대폭 개정해 기술연구조합에 특허료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기술연구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신속히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들은 지불하는 부과금에 대해 시험연구비로서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법인세액으로부터 2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CIP제도를 활용한 산학협력의 대표 사례가 등장했다. 6일 도쿄대학와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지식을 결집한다는 취지로 설립하기로 한 ‘Beyond AI 연구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소는 도쿄대학과 해외 유력 대학의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끌어들인 최첨단 AI 연구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AI 기반기술 연구와 그 외의 학술영역과의 융합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구 영역, 다양한 사회와 산업 과제에서의 AI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응용연구 영역의 2개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이 연구소는 대학과 기업이 조인트 벤처를 신속하게 설립할 수 있게 해 주는 CIP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도쿄대학에 앞으로 10년간 200억 엔 규모를 지원한다. 연구 성과를 살려 스타트업 기업을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진 AI 개발에 힘을 쏟아 세계에 통용하는 ‘국산 AI’를 키운다는 목표도 내세우고 있다. 이 연구소는 내년에 설립된다.
기초연구 거점을 도쿄대학 캠퍼스에 설치하고 응용연구 거점은 소프트뱅크가 내년에 본사를 이전하는 다케시바 오피스(도쿄도 미나도쿠구)에 둔다고 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일본의 AI 연구와 AI 비즈니스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청년 연구자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직업을 얻지 못하는 ‘포스트 닥터’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들을 장기 지원하기 위해 약 500억 엔의 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장 10년에 걸쳐 평균 연간 700만 엔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청년 연구자들이 활약해야 연구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제도 개선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일본의 총력 대응을 보여준다. 제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기 위한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우리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의 공무원들도 일본의 사례를 본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