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패션시장에서 삼성물산·LF 등 대기업 패션기업은 부진한 대신 신흥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다.
8일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의 성장률은 2016년 4.1%에서 2017년 -1.6%로 고꾸라진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1.8%, 1.2%의 더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패션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F&F’, ‘휠라’, ‘한섬’은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며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소비 주축인 20·30세대를 타기팅했고, 의류뿐 아니라 잡화 등으로 콘텐츠를 넓혔으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 흐름에 맞춰 온라인 유통을 강화했다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F&F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강세를 보이며 패션업계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F&F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 증가한 2164억 원, 영업이익은 89.3% 늘어난 325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81% 성장한 242억 원으로 나타났다. F&F의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10·20세대가 열광한 어글리 슈즈 ‘버킷디워커’를 출시해 신발 사업을 성공 반열에 올려놨다. 버킷디워커·버킷디펜더·버킷디워커 에어 등 총 3종으로 구성된 ‘버킷 시리즈’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3만 족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디스커버리는 지난해만 해도 신발 사업 매출이 100억 원이 안 됐으나 올해 3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 브랜드 전체 매출은 360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신발 사업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 디스커버리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브랜드를 젊은 세대에 각인시키고 있다. 시즌마다 신상품을 출시하며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디스커버리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제품을 착용하고 경험해 보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단순 제품 홍보가 아닌 브랜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구성한 바이럴 영상을 올려 영상 공개 2주 만에 약 13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온라인 판매 강화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케이스다. 한섬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2794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1.1% 증가한 24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후 첫해 매출이 5000억 원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해 1조3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타임·마임 등 고가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한 덕분이다. 2015년 론칭한 ‘더한섬닷컴’은 4년 만에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 아울러 무신사, W컨셉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판매 채널로 유통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상품에 최신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온라인 기획팀, 디자이너, 생산 소재 담당자가 함께 논의해 결정하는 ‘집단 기획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휠라코리아는 F&F와 한섬의 전략을 적절히 섞은 사례로 꼽힌다. 휠라는 10·2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슈즈 편집숍으로 유통 채널 변화를 꾀했고, 가격 거품을 제거해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였다. 휠라코리아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증가한 8670억 원, 영업이익은 69% 성장한 1249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산업은 경기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인 만큼 최근 몇 년간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로 소비층을 세분화하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온라인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며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 여부에 따라 업체별 실적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