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사 전환과 맞물려 4세 경영권 승계 작업도 ‘순항’
- 중공업, 건설 등 핵심 계열사 위주의 수직계열화
- 과거 식음료그룹에서 중공업그룹 변신 성공
두산그룹이 최근 사업부를 물적분할 등 지난 2005년 일어난 ‘형제의 난’이후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구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두산그룹은 동시에 4세 경영체제 구축에도 시동을 걸며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1896년 8월 1일 창업주 고(故) 박승직 회장이 서울 배오개(현 종로4가)에서 면직물을 취급하는 ‘박승직 상점’을 열면서 태동했다.
고 박승직 회장의 장남인 고 박두병 회장이 1946년 두산상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날 ‘두산’이라는 이름을 등장시켰다.
박두병 회장은 1952년 OB맥주, 60년대에는 두산산업개발·두산음료 등을 설립, 두산을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1980년대 들어 출판, 광고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1995년 수익성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해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보유 부동산을 파는 등 내실을 다졌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1월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중공업 그룹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총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두산을 비롯,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삼화왕관, 오리콤 등 6개 상장사와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등 비상장사가 12개사다.
◆두산 사업부 매각 등 지주사 전환 ‘순항’
두산그룹은 올 연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박용오, 박용성 전 그룹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발생한 후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어 2010년까지 전환하면 되지만 두산그룹을 지주사 전환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 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을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공정거래법 개정중)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 50% 이상 유지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소유 금지 ▲비계열사 주식 발행주식 대비 5% 초과 소유 금지 ▲금융사 주식 소유 금지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자회사 역시 손자회사 지분을 50%(상장사 3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두산은 지난 2일 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테크팩을 분할했다. 테크팩 사업부를 물적분할함에 따라 자산과 부채도 각각 2627억원, 2553억원 감소했으며 차입금도 1조423억원에서 7383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2006년 1월에 3년 이내 지주회사 전환을 약속한 것으로 계열사 지분매각을 통해 순환출자해소와 사업 매각 및 분할 등 지주사 요건충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핵심계열사 통한 계열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올 연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과거보다 한층 투명해진 모습이다.
현재 두산이 자회사격인 네오플럭스(66.55%)와 SRS코리아(100.0%), 두산타워(100.0%), 두산생물자원(100.0%), 두산모트롤홀딩스(77.78%), 두산베어스(90.0%), 오리콤(57.78%), 삼화왕관(44.15%), 두산중공업(41.17%) 등 총 9개의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에 두고 있다.
다시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중공업계열인 두산엔진(51.0%), 두산인프라코어(38.86%), 두산메카텍(100.0%), 두산캐피탈(19.99%), 엔세이퍼(80.52%), 두산건설(39.83%)이 자리잡고 있으며 두산건설은 또 다시 두산큐벡스(100.0%), 렉스콘(100.0%), 네오트랜스(42.86%)의 계열을 두고 있다.
과거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으로 이어지는 ‘삼각 순환출자구조’를 중심축으로 이들 핵심 계열사들이 타 계열사를 지배권에 두는 구도였으나 현재 두산건설과 두산의 출자구조를 끊어 놓은 상태다.
◆ 그룹 4세 체제로 전환 작업 가속화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맞물려 그룹 4세로의 지분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이 과거 보유하던 두산 지분 중 4.2%를 4세들이 인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두산그룹은 창업주 고 박승직 회장-고 박두병 초대회장에 이른 3세 경영체제에서 ‘젊은 피’ 중심의 4세 경영체제로 옮아가기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3남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5남 박용만 부회장은 지난해 ‘형제의 난’ 이후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2남 박용오 전 회장 일가도 두산그룹 경영에는 손을 뗐다.
반면 그룹 4세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두산의 지분을 차근차근 확대해 나가면서 그룹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두산 4.15%, 두산건설 1.27%, 삼화왕관 0.64%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두산 지분 2.77%, 두산건설 084%, 삼화왕관 0.23%를 소유하고 있다.
또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가 두산 3.04%, 두산건설 0.92%, 삼화왕관 0.25%를 차남인 박석원 두산중공업 상무가 두산 2.49%, 두산건설 0.76%, 삼화왕관 0.21%를 갖고 있다.
아울러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 지분 2.46%를 그의 아들인 태원씨가 두산 2.25%, 두산건설 0.67%, 삼화왕관 0.18%를 보유하고 있다.
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두산 3.33%, 두산건설 0.08%, 삼화왕관 1.29%를 아들인 서원씨가 두산 1.64%, 두산건설 0.53%, 삼화왕관 0.09%를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