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통상 환경에 벌써부터 먹구름이 드리우며 한국 수출 반등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한국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가 2020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는 등 대미 통상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통에 한국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트럼프 대통령이 남미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한 것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은 관세를 피하려면 쿼터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해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관세 면제를 받은 세 나라 중 한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에 관세 부과가 재개된 것이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조업자와 농민층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새로운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상당의 프랑스산 수입품 63종에 대해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 등 후속 조처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프랑스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에 디지털세 도입을 결정하자 관세 보복의 칼을 뽑은 것.
이 역시 대선과 연관 지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발 무역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역시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즉 더 강력한 법 적용이 가능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분야에서 초강수를 던지고 있다. 기존 합의나 정치적 동맹도 미국과의 갑작스러운 무역 분쟁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최근 ‘2020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국제 콘퍼런스’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정부는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통상문제를 외교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은 대미 통상정책을 재점검하고, 미국과 협력적·우호적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