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를 대규모로 평가절하해 미국 농민에게 타격을 줬다고 비난하면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복원 방침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농민에게 좋지 않다”며 “이에 나는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할 것이다. 이는 즉각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많은 나라가 더는 강달러를 이용해 자신들의 통화 가치를 낮추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제조업체와 농민이 공정하게 자신들의 상품을 수출하기 어렵게 만든다. 금리를 낮추고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 연준!”이라고 재차 연준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이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1일 관세 발표 이후 미국 시장은 21%나 올랐다”며 “그리고 미국은 막대한 돈을 챙겨 그중 일부는 중국의 표적이 된 우리 농민에게 주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루고자 바삐 움직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의 의회 승인을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남미 양대 경제국을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활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제 1년 남은 가운데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내세워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철강업체 근로자들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농민 등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앞서 트럼프 정권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지난해 8월 말 쿼터제를 적용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선별적으로 면제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과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라며 “정부는 브라질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과의 상업적 흐름을 지키고자 작업할 것이다. 나는 트럼프와 열린 의사소통 채널이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호르헤 파우리에 외교장관이 이날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관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전화통화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철강 수입 대상국 중 브라질은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올해 1~9월 대브라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남미 두 나라에 대해 통화 평가절하를 이유로 든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약 10% 하락했으며 지난달 하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무려 60%에 달한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자국의 경기 악화와 재정 불안 등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최근 몇 달 동안 환율을 조작하고자 달러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매각해 급락하는 자국 통화 가치를 지탱하려 했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