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지형 변화] 재생에너지 비중 늘었지만…온난화 속도 못 늦춘다

입력 2019-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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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1년 석탄보다 재생에너지로 더 많은 전력”…“한국 올해 석탄 통한 전력 생산 급감”

세계 에너지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전력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오던 석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전력원이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태양광과 풍력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2021년이 되면 미국은 석탄보다 재생에너지로 더 많은 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십년간 미국 전력 산업을 독식하던 석탄은 환경 문제 우려, 발전소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사용량이 급감했다. 값싼 천연가스가 풍부해진 것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했다. 그 결과 2010년 미국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던 석탄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28%까지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에는 22% 미만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데니스 웜스테드 IEEFA 에디터는 “2021년은 미국에서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매스·지열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대체하는 ‘크로스오버(Crossover)’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탄이 지고 재생에너지가 뜨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의 탄소배출 연구기관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올해 석탄 전력 생산은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과 한국에서의 사용량이 급감했고 인도에서는 30년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고 카본브리프는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26일 펴낸 810쪽 분량에 달하는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도 이같은 흐름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은 급격히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인도 같은 나라들이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이용해 더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 영향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 풍력·태양력·수력의 전력 생산 비중이 42%로 증가하면서 34%로 낮아진 석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또 유럽연합(EU)이 해상 풍력단지를 통해 현재 2%의 전력을 얻고 있는데 이 비중이 2040년까지 9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풍력, 태양력, 전기차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EA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현재 실행 중인 에너지 정책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향후 20년간 감소하기는커녕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계 에너지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데 반해 재생에너지가 이 수요를 감당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까지 펴고 있어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국은 지난달 4일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하며 1년간의 탈퇴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 기온 상승을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나서자며 195개국이 서명한 국제적인 합의다. 페이스 바이럴 IEA 애널리스트는 “새 정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26일 펴낸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전망이 암울하다”면서 “그동안의 온실가스배출 삭감 노력이 실패했다. 더 주의깊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EP는 지난 10년간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이 매년 1.5%씩 증가했다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30년까지 매년 7.6%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나가야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파리기후협약이 설정한 배출가스 감축 목표치를 준수하더라도 2100년께 지구 온도는 3.2℃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0년 전 일부 과학자가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기후변화 콘퍼런스를 열고 기후재앙을 처음으로 경고했다. 이후 에너지 지형에 일부 변화가 일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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