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그룹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사우스이스턴자산운용 등 소프트뱅크 대주주들이 최근 몇 주간 비전펀드의 거액의 투자손실과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을 비판하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250억 달러(약 29조 원)를 비전펀드에 쏟아 부었으며 나머지 자금은 외부 투자자들의 출연을 받았다.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는 우버테크놀로지와 위워크, 슬랙테크놀로지스 등 실리콘밸리 대형 스타트업은 물론 로봇 피자메이커 줌(Zume)과 개 산책 대행 앱 웩(Wag), 가정용품 전문 인터넷 소매업체 브랜드리스(Brandless) 등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투자 실패를 겪으면서 거액의 평가손실을 계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지난 9월 마감한 2019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비전펀드 순손실은 88억 달러에 달했다. 여전히 비전펀드는 2017년 출범 당시보다 보유 지분의 가치가 높지만 3월에 밝혔던 29%의 누적 투자수익률 대부분을 그 이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7월 하순 이후 지금까지 약 30% 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인 타이거글로벌은 소프트뱅크 투자 자체보다는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손정의 회장과 비전펀드의 나브니트 고빌 최고채무책임자(CFO)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또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비전펀드 자금을 확보하려는 손 회장의 계획에도 비판을 퍼붓고 있다. 앞서 WSJ는 지난 8월 2호 비전퍼드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소프트뱅크가 최대 200억 달러의 자금을 융자할 방침이라고 폭로했다.
대주주들은 물론 얼라이언스번스타인과 오데이자산운용 등도 소프트뱅크 임원과 투자자관계(IR) 담당자들에게 상기 대출은 리스크가 너무 높으며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물론 비전펀드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소프트뱅크 이사회 멤버들이 돈을 빌려 2호 비전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해당 계획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