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이번에는 독일 모기지업체 IKB를 알려진 가격보다 턱 없이 낮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무자비한 투자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3일 독일의 일부 정치인들과 납세자 연맹이 IKB가 실제가치보다 낮게 헐값매각 된 배경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IKB와 거래중인 2만여개 중소업체들은“기업 사냥꾼인 론스타가 기업들의 일부 경영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게 돼 결국 많은 기업들이 금융 카우보이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와 IKB 최대주주인 독일 국영 KfW 개발은행은 IKB가 지난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 투자한 후 막대한 손실을 입자 지난 13개월간 100억유로의 긴급융자를 제공한바 있다.
이후 사모 투자회사 론스타가 Kfw 소유지분 90.8%를 인수했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매각대금은 50억유로(약8조원). 그러나 최근 실제 인수가격이 1억1천500만유로(약1800억여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휩싸였다.
여기에 정부와 KfW가 IKB의 잔여 악성부채와 채권의 일부 위험도 떠맡기로 해 7억5천만 유로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녹색당과 좌파당은 IKB 매각을 조사할 의회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슈피겔은 “더욱 이상한 것은 독일의 RHJI 그룹이 IKB 매입을 위해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는 것”이라면서 “도대체 왜 IKB를 팔았는지, 왜 지금 팔았는지, 더구나 다른 인수 희망회사들을 놔두고 왜 론스타에 IKB를 넘겼는지 의문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친기업적 성향의 자민당(FDP)이 처음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다가 귀도 베스터벨레 당수가 지난주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을 만난 후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당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IKB의 몰락에 있어 극히 은밀한 역할을 한 도이체 방크와 FDP 지도부의 몇몇 중진들 간의 밀접한 연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슈피겔은 “론스타가 과거 독일의 모기지 은행인 AHBR을 거의 공짜로 매입했을 때도 어려움에 빠진 은행에 대규모 해고, 채권 매각, 조직 감축 등의 채찍을 인정사정없이 휘두르는 방식을 유감없이 보여줘 무자비한 기업 사냥꾼으로서의 악명을 얻었었다”면서 “론스타의 수익 모델은 부실 은행이나 부실채권을 헐값에 산 다음 공격적으로 자산을 내다 팔아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슈피겔은 이어 “많은 독일 주택 보유자들도 세련과는 거리가 먼 론스타식 투자 행태의 쓴맛을 봤었다”면서 “드레스드너 방크,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 ING-디바 등 많은 부동산담보대출 기관들이 론스타에 부실채권을 매각하자 론스타의 자산관리회사인 허드슨 어드바이저스는 때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무시한 채 부채를 현금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의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부동산 모기지를 매입한 론스타가 저당물을 찾는 권리를 없애는 유질(流質) 절차를 진행하려다 지방 법원의 제지로 무산되기도 했었다.
당시 이 사건과 관여한 한 변호사는 자신이 론스타와 접촉했던 경험으로 볼 때 이번 IKB 매각 문제를 정치인들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게르하르트 바움 전 내무장관은 론스타의 IKB 인수에 대해 “늑대에게 양떼를 맡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에 있는 국내 금융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론스타의 IKB인수건이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이번 일로 독일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