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공사를 지원해왔던 프랑스 법인이 설립 1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수년간 업계를 짓누르는 해양 프로젝트 수주 가뭄으로 '유지' 보다는 '청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현대중공업그룹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프랑스 법인인 '현대중공업 프랑스 SAS'를 청산을 결정하고 사업을 접었다.
현대중공업은 2005년 7월 프랑스 메이저 석유기업 '토탈'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수주하면서 선주사의 요청으로 프랑스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법인을 통해 공사 진행 및 지원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그 이후에도 3년간 토탈로부터 미얀마 야다나 플랫폼 및 악포 FPSO공사를 포함해 5개 공사를 연속 수주하며 탄탄한 신뢰감도 쌓고 현지 법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후 토탈이 발주한 세계에서 가장 큰 30억 달러 규모의 '에지나 FPSO' 수주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삼성중공업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2013년 최종 승자가 됐다.
또 저유가가 본격화한 2014년부터는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으로 조선업계 전체가 일감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유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작아진다.
게다가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 대비 높은 인건비도 수주 가뭄에 한 몫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설비 수주 이후 4년간 일감을 따내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멕시코만 일대 원유개발사업인 '킹스 키 프로젝트'에 들어갈 5130억 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설비를 따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유휴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 3분기에는 오랜기간 해양플랜트부문 물량감소에 따른 비용부담 지속으로 21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이같은 흐름은 현대중공업 프랑스 법인 청산으로 이어졌다. 토탈이 과거에 발주한 해양플랜트 공사가 완료됐을 뿐 아니라 추가 발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없어 법인의 존재 이유도 없어졌다"고 청산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