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와 관련된 질문에 모호한 답변으로 불확실성을 키웠다.
에스퍼 장관의 기자회견은 서울에서 이날 이틀째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80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지 수 시간 뒤에 열린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2만8500명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의 약 5배에 달하는 연 50억 달러(약 5조8510억 원)로 늘리려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연말까지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고려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에 대해서는 예측하지도 추측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국무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들은 유능한 전문가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단계만 수행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지난주 서울 방문 당시 거론했던 내용을 다시 꺼내면서 “한국은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또 기여해야 하는 부유한 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겉으로는 원론적으로 보이면서 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확인한 것에서 후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3일 0시를 기해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 더욱 강경해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전면적인 압박에 나설 수 있음을 최근 일련의 사태가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주 서울 방문 당시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의 빠르고 효과적인 정보 교환을 촉진할 것이며 이는 전시가 닥쳤을 때 결정적”이라며 “미국의 두 동맹국 간의 마찰은 오직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할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