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 새로운 '미분양 공식' 나왔다

입력 2008-09-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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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기존 공급량 많은 곳, 배짱 분양가, 브랜드 관리 허술 업체는 必敗

대형 브랜드 독식, 강남 不敗 시대 '끝'

주택거래 시장 경화에 함께 시작된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기의 가장 큰 특징은 신규 분양사업의 침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이후 대거 공급된 '밀어내기 분양물량'으로 인해 업체들의 '분양 걱정'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분양은 새로운 '공식'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까지는 인기브랜드가 공급하는 대단지가 분양 성공의 키워드였다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분양 성공 공식은 '분양물량', '분양가 경쟁력', 그리고 업체들의 뛰어난 브랜드관리 3대 요건으로 집약된다.

우선 공급량은 신규 주택 분양 성패(成敗)의 가장 큰 요인이다. 기존 공급량이 많거나 향후 공급량이 대거 계획돼 있는 곳 중 체계적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은 브랜드, 단지규모, 분양가 등 모든 경쟁력이 갖고 있어도 대답이 없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천 서구 검단지구 일대다. 서구는 기존 검단도시개발사업지구 6곳에서 2002년부터 분양이 이어져왔으며, 최근에는 약 8.0km규모의 인천 검단신도시가 예정돼 있는 전형적인 공급 과잉 지역으로 꼽힌다.

올들어 이곳에는 현대건설이 마전동과 오류동에 각각 309가구와 651가구를 공급했으며, 현대산업개발도 마전동에서 409가구를, 그리고 이지건설도 검단동에서 157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분양실적은 처참하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 검단힐스테이트2차는 3가구가 공급된 156.133형과 1가구 씩이 공급된 269.6, 271.021 두 주택형만 순위내 청약을 마쳤고 179가구가 공급된 151.095형에서 45가구가 청약됐 을 뿐 나머지 주택형에서는 1, 2가구의 청약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힐스테이트2차와 같은 날 분양한 현대산업개발의 검단아이파크2차 역시 162가구가 공급된 161.318형에서만 40여가구가 접수됐을 뿐 나머지 주택형은 청약자를 찾기가 드물었다.

그나마 앞서 분양한 두 곳 단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3월 분양한 이지종건의 미래지향 아파트의 경우 1,2단지 합쳐 17가구만이 청약됐다. 생활권이 다른 서구 가좌동에 라일건설이 분양한 라일건설도 서구 아파트 공급물량 과잉에 '유탄'을 맞은 경우. 라일건설은 60가구가 공급됐지만 13가구만이 접수된데 그쳤다.

최근 분양한 평택 청북지구와 천안 청수지구도 같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우선 경기 평택시는 기존 공급물량은 거의 없다. 하지만 평택항을 기점으로 한 황해경제자유구역이나 고덕지구, 미군기지 이전 등 각종 개발 재료가 부각되면서 인구 유입요소는 아직 발생하기도 전에 아파트 공급만 우후죽순 이뤄지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평택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수는 1만3000여 가구로 청북지구와 소사벌지구를 비롯, 민간 택지개발사업만 20여 곳에서 추진되는 등 평택지역의 공급과잉은 여간해서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실시된 청약접수에서 이 같은 현상은 잘 증명된다. 640세대를 공급하는 대우자판의 '청북 이안'은 84.98㎡ 주택형에 단 1명의 청약자만 접수했으며, 역시 같은 기간 청약 접수에 나선 풍림산업의 '청북 풍림아이원'은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없이 232세대 공급물량 전체가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두번째 미분양 요소는 그다지 차별성이 없음에도 '배짱분양가'를 밀곤 나간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 벽두에 공급한 고양 식사지구 WI시티와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다.

5000세대 이상 규모로 민간 택지로선 미니신도시급에 해당하는 대규모 단지인 두 곳은 입지면에서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중대형주택으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일반 공공택지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문제는 과다한 분양가, 두 단지는 모두 3.3㎡당 14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책정, 주변시세를 크게 웃도는 분양가를 내세웠지만 분양 8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분양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또 GS건설, 동부건설 등이 대거 뛰어든 용인의 최고 인기지역인 성복, 신봉지구 공급물량도 1550만원 선의 분양가를 책정, 인근 흥덕지구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와 대비되는 효과만 보인채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GS와 SK건설의 경우 사업장 마다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업체.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공급한 서초 아트자이와 올해 공급한 이수자이, 서교자이, 반포자이 등에서 잇따라 고분양가를 책정해 전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자이'이미지를 구긴 바 있다.

또한 브랜드는 여전히 아파트 선택의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 과거와는 다른 점은 과거에는 삼성, GS, 대우 등 인기 브랜드 공급물량은 언제나 분양 성공을 거뒀다면 지금은 중견건설사라도 브랜드 관리가 착실히 이루어진 단지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GS자이와 대우푸르지오의 경우 대형 브랜드 다운 고분양가로 인해 사업장마다 미분양을 발생시키고 있는 상태. 하지만 브랜드 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은 힘들게 관리해온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오히려 청약결과가 의심스러운 수준의 입지나 고분양가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견업체인 이수건설, 이 회사는 올들어 성북구 동소문동과 용산구 용문동에서 중대형 물량으로 구성된 194가구와 195가구의 중급규모 단지를 각각 공급했다.

'브라운스톤'이란 브랜드를 사용, 유럽풍 고품격 주택을 지향하는 이 회사 아파트는 '브라운스톤동선'이 147.22형에서만 2순위 청약을 마쳤을 뿐. 평균 3.5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나머지 주택형은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으며, '브라운스톤 용문'의 경우도 79.44형이 17.6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두 개 주택형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바 있다.

이수건설이 공급한 두 단지는 모두 단지 규모나 입지에서 최고의 상품은 아니지만 잘관리된 브랜드와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 성공적인 분양 결과를 얻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주택시장 활성기가 온지도 벌써 7년여가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아파트 선택 안목도 높아졌다"며 "인기브랜드와 입지적 강점만 있으면 '깃발만 꽂으면 끝나는' 시대가 지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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