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모랄레스의 망명을 수락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금 전 모랄레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서 “그가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가 산체스 코르데로 내무부 장관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의 망명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그의 안전을 위해 망명은 즉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이동 경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또 볼리비아 외무부에도 국제법에 따라 모랄레스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2006년 대통령에 취임한 모랄레스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미주기구(OAS)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선거를 무효로 하고 새로 치러야 한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모랄레스가 새로 대선을 치르겠다며 내년 1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고 했으나 군과 경찰 수장까지 나서 사퇴를 압박하자 전날 결국 사임의사를 밝혔다.
퇴진 결정 이후에도 볼리비아는 여야 지지자들의 시위로 방화와 상점 약탈 등이 잇따랐다. 모랄레스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코차밤바 지역에 있는 자신의 집도 습격을 받았다”면서 “외무장관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는 그동안 해외 지도자들에게 망명을 허용해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망명길에 오른 팔레비 국왕은 멕시코 중부 쿠에르나바카로 피신했다.
권력 암투 끝에 1937년 구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추방된 레온 트로츠키도 멕시코로 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