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의 고 박진호 전 사장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상속 이후 주가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재원 마련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 박진호 전 사장의 장녀인 박기정 씨는 6일 보유한 지분 전량(24만8000주)을 장내 매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1254원으로 총 3억 원을 현금화했다. 박기정 씨를 끝으로 고 박진호 전 사장 일가는 에넥스 최대주주 명단에서 제외됐다.
에넥스 관계자는 주식 매도 배경에 대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 박 전 사장의 아내인 김미경 씨와 두 딸(기정ㆍ수정 씨)은 2016년 5월 작고한 박 전 사장으로부터 주식 132만7880주(2.21%)를 상속받아 최대주주 명부에 등장했다. 김 씨는 83만1880주(1.39%), 두 딸은 각각 24만8000주(0.41%)를 상속받았다.
상속 지분이 가장 많은 김 씨는 일찍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2017년 10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주식을 처분해왔다. 차녀인 박수정 씨도 작년 11월 5차례 매도하면서 2억6400만 원 규모를 현금화했다. 장녀 박기정 씨도 이번 달 6일 전량 처분해 3억1000만 원을 보탰다. 세 모녀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받은 지분을 전량 매도한 셈이다.
한편 에넥스의 주가 하락은 세 모녀의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치 주가의 평균 금액으로 산출한다. 에넥스 주가는 최근 3년간 내림세를 보이다 올해 8월에는 915원까지 저점을 찍기도 했다.
이들이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17억 원으로 추산된다. 5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받았지만, 결국 반 토막도 안된 채로 고스란히 상속세 납부에 다 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들이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을 고려하는 등 장수기업이 사라지는 폐해가 발행할 수 있다”며 “상속과세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체적인 대안으로 승계취득가액 과세를 도입해 기업승계 시 주식이나 사업용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지 않고, ‘사망자의 취득가액’을 승계해 상속인의 양도 시점에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