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에 들어갔다. 남아 있는 2년 반의 시간 동안은 지금까지와 달리 국정동력이 급속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리더십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초의 반토막 수준이고, 긍정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높다.
임기 전반기 국정은 온통 과거를 뒤집는 적폐청산에 매달렸다. 그 과정의 무리수가 없지 않았고, 이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정권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실망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경제난 심화가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최대 요인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축으로 공정경제를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룰 것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러나 성과는 참담하다. 3년 만의 수출 감소, 계속된 투자 부진과 소비 침체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게 확실시된다. 내년에도 나아질 전망이 어둡다.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말고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저성장이다.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세계 경기 둔화 탓만이 아니다.
정부는 소주성의 핵심정책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제로(0), 근로시간 단축 등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분배지표는 최악이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더 커졌다. 최저임금 과속인상은 자영업자들의 줄폐업과 취약계층 일자리 축소를 가져왔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노인들의 알바성 일자리만 늘어나고, 경제활동의 허리인 30∼40대, 고임금의 질좋은 제조업 고용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당연한 상식이 무시된 결과다. 가라앉는 경기를 떠받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확대 재정은 재정건전성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성과로 평가된다. 정부는 여전히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거의 모든 경제지표는 성장과 분배 모두를 놓쳤다는 증거다. 정부는 실패부터 인정하고 정책기조를 일대 전환하지 않으면 나빠지는 경제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집권 후반기 성장전략을 재정립하고 경제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 상황이 정말 엄중하다. 우선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혁신성장의 동력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혁신을 말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일반화된 공유경제의 싹조차 틔울 수 없는 곳이 한국이다. 기업에 투자를 닦달하지만 촘촘한 규제의 그물로 투자의욕을 꺾고, 해외로 기업을 내모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우선 과제가 기업활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와 노동개혁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성장력의 회복,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경제활성화의 전기(轉機)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