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통신사와 케이블TV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사상 처음으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심의한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올해 3월 CJ헬로 지분(CJ ENM 소유지분 50%+1주) 인수 심사 요청서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5월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와의 합병 심사 요청서를 공정위에 각각 접수했다.
공정위는 두 기업결합 건의 시장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해 상품시장을 방송과 통신 분야로 나눠 획정했다. 방송 분야는 8VSB 유료방송시장(8VSB 케이블TV)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디지털 케이블TV· IPTV·위성방송),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 등이다. 통신분야는 이동통신 소매시장, 초고속인터넷시장, 유선전화시장, 국제전화시장이다. 지리적 시장의 경우 티브로드와 CJ헬로가 영위하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 시장에 대해 각각 23개 방송구역으로, 나머지 상품시장은 전국시장으로 획정했다.
이를 토대로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 시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 시장에서 요금 인상, 채널 수 축소, 신규 사업자 진출 제한 등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동통신 소매시장(CJ헬로의 알뜰폰)의 경우에는 결합당사회사가 여전히 3위 사업자에 해당돼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부과한 시정조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및 디지털 케이블TV 간 채널격차 완화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이다. 시정조치 기간은 2022년 말까지다.
시정조치를 지킨다는 가정 하에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각각 24.5%(2위), 23.9%(3위)로 늘어나 1위 사업자인 KT(31.1%)와의 격차가 좁혀진다.
이번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은 상징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통신사가 케이블TV업체를 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독과점을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IPTV와 SO유선 등이 전부였던 3년 전과 비교해 현재 방송통신 시장이 디지털 유료방송과 8VSB 등으로 폭넓게 확대되는 등 급격히 변했다”면서 “이러한 시장 변동에 4개 회사의 결합이 부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