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단기국채 등 현금성 자산이 1282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36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 23.7% 급등했다. 작년 말 1119억 달러, 올해 1분기 1142억 달러, 2분기 1224억 달러 등 꾸준히 불어나던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3분기 7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도 역대 최대규모를 찍게 됐다.
버핏 회장이 수중에 막대한 현금을 쥐고도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버핏 회장의 투자 의지가 꺾였다기보다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 회장은 언제나 ‘코끼리’를 사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발표한 ‘연례 주주 서한’에서도 그는 “2019년에도 계속해서 대형 M&A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런 거대 인수 가능성에 대해 적는 것만으로도 내 맥박이 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의 이러한 의욕과는 달리 실제 버크셔해서웨이의 움직임은 굉장히 굼뜬 상태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16년 우주 항공용 금속 부품 제조업체 ‘프레시전캐스트파츠’를 320억 달러에 사들인 뒤로는 대형 M&A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핏의 오점’이라 불리는 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에 대한 투자 실패의 경험이 투자에 소극적이게 된 원인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크래프트하인즈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 2013년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과 함께 인수한 ‘캐첩의 원조’ 하인즈, 그리고 치즈로 유명한 식품업체 크래프트가 2015년 합병해 재탄생한 식품업체다. 그러나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 하락 등으로 크래프트하인즈는 한동안 적자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1대 주주인 버크셔해서웨이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실적이 개선되면서 투자 수익에 일조하고 있는 상태다.
CFRA리서치의 캐시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는 “버크셔는 이런 풍부함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며 “버크셔는 투자 의욕이 지금 매우 강한 상태이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돈을 손에 쥐고 있기만 하면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버크셔해서웨이는 자동차보험 가이코 등 보험·재보험 사업과 인프라 투자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애플, 웰스파고,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의 주요 IT·금융·소비재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억 달러 증가한 7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투자이익을 반영한 순이익은 165억 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