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원정수 확대 이전에 ‘일하는 국회’ 보여줘야

입력 2019-10-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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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정치경제부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다시 불을 지핀 '국회의원 정수 10%'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의정 활동은 뒷전인 채 의원 수부터 늘리자는 주장은 시기상조다.

20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떠안고 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법안 처리율을 30%에 못미친다. 패스트트랙 정쟁부터 '조국 사태'까지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민생 법안들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법안 소위를 열어 심사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 100일이 지났는데도 무용지물이다. 국회의원들은 아예 이런 법이 없는 것처럼 과거와 같이 법안심사를 등한시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부터 이달 25일까지 100여 일 동안 국회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 건수는 45번에 불과했다. 법안소위가 25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 달여 동안 1.8번, 월평균으로 0.6번 열린 셈이다.

입법부의 기본은 법안을 발의하고 심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일하지 않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고 입법과 표결을 하는 현실은 의원 수와 관계없다"고 꼬집었다. 의원이 300명이든 330명이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하는 국회'가 될 가능성은 적단 것이다.

정의당이 의원정수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내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반영되는 비례대표 수를 늘려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얻으려는 계산에 불과하다. 고위공직자범죄비리수사처(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정의당의 공조가 필요하니 이를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또한 겉으로는 "의원정수 300명이 당론"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선거법 표결 시 일부 의원의 이탈 우려 때문에 유동적인 태도다.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의원 수가 늘어남에 따른 행정 비용 낭비는 물론이고 의원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더욱 첨예해져 법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입법부의 실무적 일을 담당하는 보좌관의 입지도 위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세비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최소 5년~10년간 동결하겠다고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보좌관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땀을 흘렸다. 국회의원이 먼저 일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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