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버려야 할 소라색과 곤색

입력 2019-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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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지난 주말 여의도 한강 변을 거닐다 큰 나무 아래 그늘진 곳을 찾아 돗자리를 깔았다. 아이들과 함께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빛의 산란(散亂·여러 방향으로 흩어짐)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 중의 공기 분자들이 태양 빛을 흡수한 후 다시 내보내는데, 이때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이 강하게 일어난다. 푸른빛이 붉은빛보다 파장이 더 짧기 때문에 더 강하게 사방으로 흩어져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가을 하늘이 유독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철에는 양쯔강기단의 영향을 받아 습도가 낮아져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데, 공기 중 수증기 입자가 적어 빛의 산란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름 하늘보다 가을 하늘이 더 새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맑은 가을 하늘의 색깔을 “파란색” “푸른색” “청색(靑色)” 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소라색’ 하늘이란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가 흔히 아는 바다 생물인 소라는 껍데기가 검은 갈색 또는 어두운 청색이다. 소라색의 소라는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어이다. 하늘을 의미하는 일본어 ‘소라(そら·空)’에 한자어 ‘색(色)’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일뿐더러 일본어 잔재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말 ‘하늘색’으로 쓰는 것이 맞다. “하늘색 셔츠를 여름철 내내 즐겨 입었다” “아이 방의 벽지를 하늘색으로 바꿨다”처럼 쓸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곤색’도 일본식 표현이다. 곤색은 감색(紺色)의 잘못된 표기이다. 감색은 짙은 청색에 적색 빛깔이 풍기는 색 또는 어두운 남색을 가리킨다. 감(紺)의 일본어 발음이 ‘곤(こん)’인데, 여기에 한자어 ‘색’을 붙여 곤색이라고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그해 가을 그는 감색 정장 차림으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일본식 표현을 굳이 쓸 필요는 없다. 소라색, 곤색은 버리고 우리말 하늘색, 감색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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