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아동ㆍ여성 저항 못하는 존재로 인식"…성인지 감수성 악영향

입력 2019-10-27 10:45 수정 2019-10-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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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단순히 성인용품의 수입과 판매에 대한 찬반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리얼돌과 관련한 규제 법령 마련이나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갈등만 커지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논의의 초점은 아동 형상이면 안 되고 성인 여성이면 된다는 게 아니다”며 “왜 남성의 성욕이 반드시 여성이나 아동과 같은 취약적인 사회계층을 완전히 묘사한 대상에 방출돼야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윤김 교수는 “영국이나 캐나다, 미국은 아동형상 리얼돌을 사용하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성이 둔감해질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자는 아동 피해자의 저항 의사를 묵살할 수 있는 훈련을 받게 됨으로써 강간 위험성이 높아질 거라 보고, 아동 형상 리얼돌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은 자유이자 권리라고 하지만, 리얼돌을 사용해 자신이 어디서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시험하고 모의하는 대상이 아동이나 여성이며 이들을 저항이나 거부를 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왜곡된 인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포털사이트 등에서 ‘리얼돌’을 검색하면 다양한 모습의 인형들이 등장한다. 100~130cm 크기의 인형이 일반적이다. 제작 업체들은 원하는 크기와 모습의 리얼돌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한다. 문제는 해당 리얼돌의 크기가 초등학교 1~2학년의 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동 리얼돌을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맞춤 제작한다며 노골적으로 광고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에 대한 성인용품 판매업자의 의견은 엇갈린다.

부르르닷컴 이상진 대표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사이즈만으로 규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 리얼돌을 규제하는 나라의 기준을 보면 120~125cm 이하의, 명백하게 아동 체형을 한 인형이다”며 “사이즈와 신체를 볼 때 명확하게 아동이라고 판단됐을 때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말아야 할 아동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사회에서 보호해야 할 아동을 성인이 보호하지 못하고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아동 형상 리얼돌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8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문제, 아동ㆍ청소년 모형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리얼돌 관련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정책 제언 등을 포함하는 과제를 추진 중”이라며 “이후 규제 가능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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