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0%대 성장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에 따라 올 2% 성장 가능성도 간당간당하게 됐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한데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밀어내기식 소비와 투자가 주춤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순수출 기여도는 4분기만에 반등했고, 민간 기여도가 되살아난 모습도 그나마 긍정적이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 투자가 기저효과로 많이 약화했다. 민간부문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조정과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세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한일간 경제분쟁, 홍콩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브렉시트 등 대외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관전포인트는 플러스로 전환한 민간 성장 기여도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지다. 정부는 불용예산 등을 최소화해 예산지출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정책적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어떤 식으로 작용하느냐가 4분기 성장률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와 해외여행이 줄어든 반면 승용차등 내구재가 늘어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례적 요인도 있었다. 선선했던 여름 날씨로 전기생산 등 부문 지출이 줄어든데다, 일본 경제보복과 홍콩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국외소비가 약화했다. 정부 무상교육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어 2분기 1.4% 증가에서 5.2%로 감소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가 줄면서 0.5% 증가에 그쳤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 6.7% 이후 8년6개월(34분기)만에 최고치다.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반도체 수요증가와 친환경자동차 등에 대한 미국과 유럽 수출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 수입은 0.9% 늘었다.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우선 주체별로는 민간이 0.2%포인트를 기록해 직전분기 마이너스 기여(-0.2%p)에서 벗어났다. 반면 정부는 0.2%포인트에 그쳐 직전분기 1.2%포인트 기여 대비 급감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1% 증가에 그쳤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석탄 및 석유제품 등 수입품 가격 하락보다 더 커지며 교역조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직전분기 -0.7%와 비교해서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전년동기대비로는 0.6% 감소해 3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한편 연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총 4번이다. 1956년 날씨에 따른 흉작으로 0.7%를, 1980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1.7%를, 1998년 외환위기로 -5.5%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0.8%를 기록했었다.
박 국장은 “성장률이 좋지 않다. 다만 연 2%를 달성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의미보다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가가 중요한 때”라며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과 신성장동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