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농지 사건’ 피해자 유족이 30여 년 만에 빼앗겼던 승소 판결을 되찾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 씨의 유족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재심 상고심에서 앞선 재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구로동 농지 사건’ 피해자들은 1960년대 구로공단 건설을 이유로 정부에 구로동 일대 농지를 강탈당했다. 농민들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정부는 소송에 나선 이들을 위증 등 혐의로 수사하며 체포해 권리를 포기시켰다. 당시 기소된 인원 중 26명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돼 확정됐다.
정부는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멈췄던 재판은 1984년 재개됐고, 서울고법은 1989년 관련자들의 위증 유죄 확정판결 등을 근거로 정부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1990년 이를 확정했다.
2008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민사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에게 소송 사기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 행위를 가하고 위법하게 권리 포기와 위증을 강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사기죄,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농민과 유족 등이 재심을 청구해 잇달아 무죄가 확정됐다.
이 씨의 유족은 김모 씨의 무죄가 2012년 2월 확정된 것을 근거로 2013년 6월경 패소로 판결이 뒤집힌 민사소송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각하됐다. 재심 청구가 김 씨의 무죄 선고 사실을 안 날로부터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제기 기간인 30일이 지났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2014년 이를 확정했다.
이후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박모 씨의 무죄가 2018년 2월 확정된 뒤 그해 6월 28일경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의 유족은 7월경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재재심 재판부는 “박 씨 등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됐으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고, 적법한 기간 내에 재심 제기가 이뤄졌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또 앞서 재심 청구 이유가 됐던 김 씨의 형사재심결과와 박 씨 등의 무죄 판결을 별개의 재심사유로 봐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씨 등의 유죄 판결 등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이 씨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