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은 2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이행법안을 사흘 안에 신속하게 심의·처리한다는 내용의 존슨 총리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찬성 308, 반대 322로 부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존슨 정부와 EU는 지난 17일 극적으로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19일 존슨 총리가 제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이행법안 통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표결을 보류했다.
존슨 총리는 전날 합의안을 다시 올리는 것과 동시에 이행법안인 EU 탈퇴협정 법안 내용을 의회에 설명하는 제1독회 단계를 진행했다. 존 버카우 하원의장은 합의안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부결시켰다.
이에 존슨 총리는 이행법안 통과에 승부수를 걸었다. 하원은 이날 열린 제2독회에서 EU 탈퇴협정 법안을 찬성 329, 반대 299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을 영국 법률로 대처하고 이행기간을 명시하며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을 정하는 등 브렉시트 합의안에 법적 효력을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하원은 이 법안에 대한 심의를 오는 24일까지 사흘 내에 마친다는 계획안 표결은 부결시켰다. 법안 내용에는 찬성해도 너무 긴박하게 심의하면 졸속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결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영국 의회는 세 차례의 독회를 거쳐 논의를 마치고 나서 법을 통과시킨다. 이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것이 존슨 총리의 의도였으나 의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이행법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과 여왕 재가를 거쳐 31일 브렉시트를 실현한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은 무산됐다. 그는 계획안 부결 뒤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 대해 EU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관련 법안 상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가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수락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31일 브렉시트 실행이 무산되면서 다음 영국 정치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슨 총리는 계획안 표결 전 “하원이 부결시킨다면 법안 자체를 취소하고 조기 총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도 아무런 합의 없는 EU 탈퇴인 ‘노 딜 브렉시트’ 위험이 없다는 전제하에 조기 총선을 원해왔다.